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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독후감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먼저, 문체가 너무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 겸손함이 느껴지고, 무엇보다 나와 닮은 사람이라 느껴서 그런걸까.

읽는 내내 편안했고 마음에 잘 와닿는 책이었다.

어떤 문체로 글을 써야할지 고민이었는데 김민철 씨처럼 글을 써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도전해봐야지.

 

 

 

<프롤로그>

 

그러나 기억이라는 능력을 상실한 대신 나는 '성실'이라는 능력을 얻었다. 말 그대로 나는 끊임없이 읽고, 듣고, 보고, 찍고, 경험하고, 배우는 부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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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배가 농담처럼 말했다.

"넌 나보다 열 배를 더 열심히 살지만 어차피 열 개 중 아홉 개는 잊어버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나와 같은 분량을 살고 있는 거야." 나는 선배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선배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잊어버린 아홉 개가, 그러니까 내 머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홉 개가

내 몸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다고 믿는다.

 

 

유독 기억력이 나쁘다는 저자 김민철 씨. 그녀가 여기서 말하는 기억력은 '외현 기억'과 관련된 능력일 것이다.

최근에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 나오셨던 황농문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기억에 대해 살짝 배웠다.

기억은 '외현 기억'과 '암묵 기억'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 의식을 통한 암기, 주로 우리나라의 필기시험을 공부할 때 사용하는 기억력이 '외현 기억'이라 한다. 그렇다면 '암묵 기억'은 무엇일까?

'암묵 기억'은 자전거 타는 법 등과 같이 자연스럽게 몸에 '기록'되어 있는 무의식의 영역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구사하는 것처럼. 강의에선 영어를 공부할 때에도 암묵 기억에 저장하는 공부를 해야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래야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진짜 영어를 배울 수 있다고. 단순히 필기 시험을 위한 '외현 기억'을 활용하는 공부가 아닌.

 

이러한 사실에 대해 몰랐을 땐, 항상 기억력이 좋은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주로 머리가 좋다는 얘기를 듣는 친구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항상 '외현 기억'을 활용하는 평가를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그들을 부러워했다.

'나도 나만의 장점이 있겠지'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해왔기에 그나마 행복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많은 것들을 배워보며, 경험해보며 나의 장점을 조금이나마 깨달았다.

암묵 기억에 저장되기 위해 남들보다 유독 많은 반복이 필요하지만,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 번 몸에 '기록'되면 그 기록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상상력이나 깊은 감성이 암묵 기억과 함께하며 나를 훨씬 뛰어난 인재로 만든다는 걸.

그렇다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내', '끈기'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한 분야의 전문가 수준이 되려면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한 점이 생긴다. 정말 한 분야를 끈기 있게 파고들어 그 분야의 실력자가 되어야만 돈도 많이 벌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저자 김민철 씨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관심 있는 분야가 상당히 많다.

어렸을 때 RPG게임을 할 때에도 진득하게 한 캐릭터만 키우는 걸 성공한 적이 없다.

전사를 키우다보면 금방 법사가 키우고 싶고, 또 금방 궁수를 키우고 싶어진다. 무엇 하나 진득하게 해낸 적이 없는 것 같다. 저자 역시 비슷하다.

 

그럼 나는 그 돈을 들고 서예학원을, 한자학원을, 미술학원을, 수학학원을, 영어학원을, 기타 등등의 학원을 갔다.

(p. 204)

 

도대체 끈기라고는 없었다.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나 나는.

대충 공부했다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심지어 열심히 했다. 독일어도 열심이었고, 라틴어와 희랍어는 대충의 공력을 쏟아붓는다고 되는 언어가 아니었다. 일본어도 두말할 것도 없이 열심이었다.

그 모든 시간을 다 합해서 영어에 쏟아부었다면 이미 동시 통역관이 되었을 것 같았다. 

(p. 208)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저자를 지금의 훌륭한 카피라이터로 만들어준게 아닐까. 카피를 쓰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게 아무래도 좀 더 유리할 테니까. 그런 경험들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몸 어딘가엔 '기록'되어 있으니까. 그런 취지에서, 이번 몽골 여행도 기억을 위한 여행이 아닌 기록을 위한 여행으로 다녀왔다.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치매 환자가 배우자의 사랑에 반응하는 영화가 종종 있다. 실제로도 있겠지.

왜 그럴까. 기억은 잃었지만 몸에, 무의식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중에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을 때에도, 배우자에게 '나'라는 사람을, 그 사람의 사랑을 기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떻게 해야하는 진 모르겠다. 연애에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 관련된 책도 많이 읽어봐야겠다.

아무튼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저자는 끊임없이 이것저것 배우는 자신의 태도에 대해 이렇게 써놨다.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열망,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이 열망.

어쨌거나 확실한 것은 뭔가를 배울 때의 나는 확실히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즐거워하고, 바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기어이 짬을 내서 배우러 달려간다.

그러니 나에게 '배운다'라는 말은 장밋빛 미래를 위한 말이 아니라 장밋빛 현재를 위한 말이 된다.

(p. 209)

 

항상 미래를 바라보며 배워왔다. 이 일을 잘하게 될 그 날을 바라보며. 그러다 잘 해내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며 얼마나 많이 좌절했던가. 물론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금 노력하고 있는 내 자신도 멋지다. 장밋빛 현재를 살고 있으니까. 먼 미래엔 무엇이 남는가. 죽음이다. 그러니까 가끔은 미래를 내려놓고, 장밋빛 현재를 살고 있는 나를 바라보자. 장밋빛 현재를 살고 있지 못하다면 혼도 좀 내주고, 장밋빛 현재를 살고 있다면 주저말고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자.

 

페이스북 '열정의 기름붓기' 페이지에서 읽은 내용인데, 독일의 유명한 심리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심각한 자기비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굉장히 '순수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이 그토록 자신을 몰아붙이는 이유

'좀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기 때문이죠.

문제는 바로 그 순수한 열망이 한 가지 치명적인 착각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나의 부족함'이다."

 

이 내용과 관련해선 책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를 읽어보면 될 것 같다. 아직 읽을 계획은 없다.

큰 위로가 되긴 하는데, 좀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땐 '나의 부족함'을 탓해도 되지 않을까?

아무튼 열심히 장밋빛 현재를 살면 될 것 같다.

그 노력이 훗날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고려해보는 것도 잊지 말고.

저자의 직업이자 나의 고등학생 시절 꿈이었던 '카피라이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해보자.

어쩌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 중 하나일텐데.

고3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평범하게 직장 다니며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그 꿈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 바람의 연장선으로 학군단을 선택했다.

하지만 어떤 갈림길이든 정답은 없겠지. '만약' 그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어땠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가 써둔 글이 있다.

 

산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선택의 연속이다.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선택에는 '만약'이 남는다. 오늘 점심 메뉴부터 시작해서 인생의 큰 결정까지. '만약'이 배제된 순간은 없다.

하지만 '만약'은 어디까지나 '만약'이다.

가보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고, 선택하지 않았기에 미련만 가득한 단어이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거기에 다녀온 나도 꽤 괜찮았을 것이라고 믿어볼 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그 모든 선택의 결과물인 나도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그 선택들이니까.

(p. 91)

 

몇 년이 지나봐야 좀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선택들의 결과로 어떤 '나'가 되어있을 지에 대해선.

 

 

 

 

 

<인생의 기본기>

 

강백호에게 농구를 잘할 수밖에 없었던 기본기가 있었던 것처럼,

나에게 인생을 잘 살 수밖에 없는 기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그 기본기를 키우기 위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고, 뭔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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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심히 토양을 가꿨는데도 아무 나무도 안 자란다면? 그 역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게 비옥한 토양은 남을 테니까.

그 토양을 가꾸는 과정에서 나는 충분히 행복할 테니까.

(p. 200)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항상 '기본'에 집중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 있어서든 '기본'을 튼튼히 다지는 사람은 발전 과정이 조금 느릴지라도,

후에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힘든 순간에 쓰러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튼튼하고 강한 그릇이 된다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다.

 

축구와 피아노 등을 통해서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다. 특히 요즘은 축구 기본기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축구를 잘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넌 기본기만 익히면 진짜 잘 할텐데."

정말 기본기가 많이 부족했다. 기본기 연습이 제일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안했다. 그랬더니 확실히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틈틈이 기본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아직은 눈에 띄는 실력상승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여유'가 조금씩 생기는 듯 하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공을 잡았을 때 고개를 드는 것인데,

기본기가 조금씩 잡히니 예전보다 고개들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

목표로 하는 것보단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꾸준히 나를 믿고 기본기를 연습한다면 훨씬 여유로운 축구를 할 수 있겠지.

 

김민철 씨가 말한 것처럼 삶을 살아감에 있어도 기본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본기를 갈고 닦기 위해 책을 읽고 있다. 또 어떻게든 여행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스펙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자격증이나 대외활동 같은 것...

내가 살아가는 일상은 당장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나'라는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 위한 작업이다.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다고 믿는다. 가끔은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힘든 적도 있었지만,

김민철 씨가 이 책을 통해 위로해주어 힘이 난다.

 

누군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지금 그 책을 읽는 게 진짜 카피라이팅에 도움이 되냐고. 어떻게 도움이 되냐고.

나는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소설책이 지금 내가 맡은 슈퍼마켓 광고에 도대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도움이 된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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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 역시 거짓말이다.

토양이 비옥해진 것이다.

그리하여 막연하게, 듬성듬성, 이런저런 방법으로 토양을 가꾸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어떤 필요의 씨앗이 뿌려지면 그 토양에서 건강한 새싹이 자라길 빌 뿐이다.

(p. 276)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지중해에 가고자하는 목표로 일상을 버티면서 살아오던 김민철 씨는,

김화영 작가의 <<행복의 충격>>이란 책을 읽고 마음가짐이 바뀌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김화영이 딱 잘라서 말을 했다. 냉정하게도. 잔인하게도.

"참으로 이곳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 아니 '지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올 것이 아니다.

이곳은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올 곳은 아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한 사람, 가득하게, 에누리 없이 시새우며 행복한 사람의 땅"

이라고 지중해에 대해 딱 잘라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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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곳에만 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처럼, 끊임없이 그곳의 삶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곳이 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니. 이건 또 무슨 사형선고와도 같은 말인가.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나를 위한 공간은 지중해 어디에도 없다고 선언해버린 것이었다.

계속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내게 일침을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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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

(p. 84~86)

 

몽골 여행에서 난 행복했다. 그런데 뭐랄까, 익숙한 기분이었다.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

몽골의 자연 속에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고 익숙한 느낌이었다.

나름 일상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나도 조금은,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뜻 아닐까.

여행이라고 특별히 더 큰 자극과 행복을 원하지 말자. 여행도 일상처럼.

그리고 일상에서도 행복하자. 여행 가서 행복하고 여유로운 것처럼, 일상에서도 그렇게.

아침의 햇살을 반기고 가을의 낙엽에 감동하며, 집 앞에 피어있는 꽃 하나에도 기뻐할 줄 아는.

또 감사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여행을 갈 땐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일상 생활에선 왜 그러지 못하냐는 말이 있다.

나 역시 평소 계획없이 살아가는 날이 많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면 잠 들 때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계획적으로 산다고 아이디어가 안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훨씬 생산적인 듯.

한 달 동안 다녀온 하계입영훈련에서 느낀 점이다.

한 달의 기간 동안 평소보다 많은 책을 읽었고 평소보다 많은 아이디어들을 노트에 적어왔다.

철저하게 시간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군대 내에서 말이다.

일상에선 누군가 나를 위해 나의 계획표를 짜주지 않는다. 정말 귀찮지만 나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일상을 입영훈련처럼, 또 여행처럼 살아가는 내가 되자. 말만 하지 말고. 제발!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카메라라는 걸 손에 쥐고 처음 나간 순간을 기억한다.

안 보이던 게 보였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카메라를 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쥐게되었다는 걸.

남들 눈에 안 보이는 세상을 보는 눈을 얻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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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찍는 순간은 어쨌거나 나만의 순간이 된다는 것을.

대단하진 않을지라도 나만의 시선은 끊임없이 벼려지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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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취향은 능력이다. 여행지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잘 관리된 유적지의 벽에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그 벽은 매끈하고 가지런하고 언제나 화장을 한 상태이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예쁜 벽을 찾고, 그 벽을 따라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일상에 도착한다.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다는 사실이 때론 다른 여행을 선물한다.

(p. 153, 156, 173~174)

 

나는 자연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홀로 몽골여행에 갔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사진 찍을 일은 별로 없었다.

또 내가 여기에 왔다는 인증샷을 찍는 것도 잠시 내려놓았다.

그런 인증샷이 뭐가 중요한가, 라는 생각을 계속 해보았다. 왜 찍지?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그렇게 올려서 뭐하지? 남의 부러움을 사고 그 부러움을 느끼며 행복을 느끼기 위해?

그런 행복은 이제 피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난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다녔다.

카메라라는 새로운 눈으로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

물론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아름다움은 억지로 찍으려하지 않았다. 웅장함이나, 뭐 그런 거.

옛날 같았으면 사진 찍느라 정신없이 바쁠텐데.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주위를 둘러보고 좀 더 온몸으로 느낄 여유.

몸에 기록하기. 또 새로운 눈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그게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였다.

사진으로만 나타낼 수 있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그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김민철 씨는 일상의 벽 사진을 좋아하신다.

난 순수한 자연이나 순수한 열정, 자연스러움 등을 좋아하는 취향같다.

또 동물 사진도 정말 좋아한다. 자연스러운 동물 사진!

진짜 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또 너무 손 벌리는 것 같아 고민 중이다.

아무튼 이번 몽골여행을 통해 사진 찍는 맛을 조금 느낀 것 같다.

또 쓸데 없이 사진 찍느라 힘을 소비하고 몰입을 방해하는 습관도 사라진 것 같다.

재미는 좀 덜하겠지만 뭐 어때. 이게 나인걸.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 듣고, 느끼면서 몸에 기록시키는게 더 좋은 걸.

 

또 시간이 지나면서 취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휴대폰을 잃어버려 페이스북에 올렸던 걸 옮긴거라, 화질은 안 좋다... 흑

휴대폰이라는 한계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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