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필로그
저자는 이론이나 자격증보다, 실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많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심폐소생술을 하는 방법을 이론으론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 할 줄 아는 것과는 다르다.
"자격증 있는 사람이 치유자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치유자다. 사람의 본질, 상처의 본질을 알고 움직이는 사람만이 치유자일 수 있는 곳, 그곳이 트라우마 현장이다." (p.23)
"심폐소생술(CPR)은 내용보다 내용을 정확하게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한다. 이 책은 심리적 CPR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그냥 책이라기보다 행동 지침서다." (p.7)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에 대한 지침서. 자격증은 무용지물이었다는 걸, 저자 본인의 경험을 통해 설명하고 전문가를 위한 심리학이 아닌 '적정한 심리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쓴 책.
그리고 그 '적정심리학'의 핵심은 바로, <공감>이라고 강조한다.
"내가 말하는 공감은 '경계'를 인식하는 공감이다." (p.27)
'적정심리학'이라는 용어는 '적정기술'에서 따온 용어이다. 적정기술의 뜻을 살펴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추측할 수 있다.
"적정기술은 화성 이주를 꿈꿀 정도로 환상적인 과학기술이 넘쳐나는 시대에 간단하고 일상적인 기술의 결핍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주목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인간의 윤택한 삶이 최종 목표인 과학, 그것도 과학만능주의 시대에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넘쳐나지 않는 건 이상하다. 어떤 이들은 그 이유를 우리에게 최첨단 과학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상에 필요한 적정기술과 그것의 적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요약했다." (p.12)
#. 정서적 '내 편'
"심리적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어지지 않고 계속 공급받아야하는 산소 같은 것이 있다. '당신이 옳다'는 확인이다." (p.48)
"과도한 나 드러내기는 평소에 한 개별적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삶들이 많아서라고 생각한다." (p.55)
→ 퇴사하며 느낀 점. 군대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고. 누구나 당연히 가지고 있는 욕망이지만, 그들은 좀 심했어...
사람은 누구나 '정서적인 내 편'이 필요하기에, '너는 옳다'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비록 그 사람이 엉뚱한 짓을 하고있다 할 지라도. 왜냐하면, 사람은 기계적인 존재가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정서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나를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의 존재를 통해서 자기 존재에 대해 안심하게 된다." (p.50)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p.106)
→ 충조평판을 빼면 달리 할 말이 없어,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습관처럼 생겨버리는 충조평판. 하지만 직업 특성 상 충조평판이 중요한 직업도 있으니 마냥 안 좋은 것은 아니고, 심리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에겐 하지 말라는 권장. 대화의 시작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자신이 먼저 낮아져야 한다. 낮아지는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다.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는 질문 하나가 예상치 않게 '심리적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하게 만들기도 한다."(p.58)
"존재 자체만으로 자신에게 주목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사람은 살 수 있다. 생존의 최소 조건이다." (p.93)
"우리는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그래서 누구든 결정적인 치유자가 될 수 있다." (p.110)
객관적인 조언을 해주기 이전에, '산소 공급'이 먼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존재의 개별성 / 자기 소멸
"나'가 흐려지면 사람은 반드시 병든다. 마음의 영역에선 그게 팩트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개별적 존재'이다. 국가의 국경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한다.
나 또한 3~4년 전까지만 해도 흐린 자아를 지니고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나를 버리고 내 경계에 침범하는 타인을 막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20살 이후로 부지런히 나다운 모습을 찾아다녔기 때문에, 지금의 '나'가 만들어졌다. 힘들게 찾아낸 나의 모습을 더욱 견고하게 지키고, 발전시키는 나날이 되길. 그리고 다시는, 내 주권을 함부로 침범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을 거다. 그 침범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 누구도 함부로 내 주권을 침범할 수 없다. 상대방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는 경계를 침범하는 행위다." (p.181)
"자기에게 완벽히 맞춰주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어떤 관계도 유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사람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그 관계는 내가 먼저 끊어야 한다. 그런 관계를 유지하면 자신이 망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관계를 끊는 것이 자기를 구하고 지키는 일이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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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쉽지 않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더더욱. 나 자신도 변화시키기 힘든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오죽할까. 그 힘듦이 두려워 그냥 도망쳤던 적도 많다. 정말이지 어려운 선한 싸움. 내겐 선한 싸움을 해나갈 용기가 항상 부족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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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든 늙든 우리가 왜 이렇게 아픈지 이젠 알 것 같다. 자기 존재에 주목을 받은 이후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 (p.47)
가상세계(sns, 게임 등)를 통해 주목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가상세계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건강한 마음을 얻게 되는 것은 좋지만, 그 가상세계에서 드러나는 나의 모습과 실제 나의 모습의 간극이 심하다면 결국 언젠간 무너지지 않을까 싶다. 가상세계에서 나와 현실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그 공허함. 새벽까지 pc방에 있다가 밖에 나왔는데 해가 떴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려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상세계, 상상 속의 세계에선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고 관심 또한 받을 수 있기에 실제로 미쳐버리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는 말도 있고. 그래서 '행복과 쾌락'을 추구하는 삶은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자연스레 소소하게 따라오는 것이고, 또한 본인 마음먹기 나름이니, 단순 즐거움과 쾌락을 통해 행복을 얻으려 하지 말자. 파멸로 들어가는 길일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 이를 반영하듯이.
덤덤하고 단순한 패턴의 삶 속에서 사는 연습을 해야하는 때이지 않나 싶다. 이를 위해서 특히 '스마트폰'을 주의해야 한다. 스마트폰의 '즉흥적 보상체계'는 뇌과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우리를 더욱 충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나간다.
- 스마트폰의 단점 (뇌과학적 관점) -
※ 충동성 증가 (by 즉흥적인 보상체계 + 도파민)
'즉흥적인 보상체계'란? 내가 원할 때마다, 즉흥적인 보상이 따라옴 (욕구 → 보상)
즐길거리 등이 훨씬 많아졌으나, 욕구와 충동성을 조절해왔던 '자제력'을 잃게 됨. 욕구 → 보상이 바로 연결되어 '실행기능'을 약화시켜, 충동적으로 변화.
'실행기능'이란?전전두엽의 역할로서 충동성을 억제해주며, 지금 당장의 보상이 아닌 '욕구 → 노력 → 보상'의 단계를 거침.대표적인 예시로 '공부'.뇌는 당연히, '즉흥적인 보상체계'(욕구 → 보상)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귀찮은 노력 없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실행기능의 힘이 떨어져, 충동성이 커지고 자제력이 감소한다.
구체적인 내용과 다른 단점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cl_rebZaIOo&t=648s
#. 공감
"공감이란 한 존재의 개별성에 깊이 눈을 포개는 일, 상대방의 마음, 느낌의 차원까지 들어가 그를 만나고 내 마음을 포개는 일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도 내 마음, 내 느낌을 꺼내서 그와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일이다."
"사람은 자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반드시 반응한다. 사람은 본래 그런 존재다."
공감까지 가는 길에 허들이 많음 → 대표적으로, '집단 사고'
집단 사고란? "경력이나 그가 속한 집단의 특성으로 한 사람을 미루어 짐작하고 규정하는 것."
"4가지, 6가지, 9가지 혹은 16가지 유형으로 전 인류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기세로 사람을 분류하거나 같은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마치 비슷한 DNA를 가진 인간인 것처럼 해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러한 심리적 유형론은 공감을 가로막는 적폐가 되기도 한다." (p.249)
일반화의 시선으론 절대 개별적 존재의 그를 만날 수 없다. 사람은 훨씬 더 복잡한 존재이므로. 참고용으로 MBTI 같은 걸 해보는 것은 좋지만, 그 결과 하나만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공감이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무조건 끄덕여주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공감하기 위해 누가 재가 돼버리는 것은 공감이 아니라 감정 노동이다." (p.265~266)
"공감은 똑같이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가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그럴 수 있겠다고 기꺼이 수용하고 이해되는 상태다. 같은 감정을 느껴야만 공감이 아니다." (p.270)
공감이라고 자기 자신을 희생한다? 너도 있지만, 나도 있다라는 전제 하에 시작되는 감정적 교류가 공감이라고 말한다. 누구도 희생되지 않아야 하는 것. 그러니 꼭 같은 감정을 느끼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궁금해야 질문이 나온다. 궁금하려면 내가 내린 진단과 판단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의 틈이 있어야 한다. 내 결론이 전부라는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궁금한 게 많고 물어보고 싶은 질문도 넘칠 것이다."
공감의 핵심 팁 중 하나.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태도. 오만한 사람들은 하기 힘들 듯.
#. 좋은 감정 vs 나쁜 감정
"만질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인간이라는 한 우주의 광활한 내면을 세로토닌 등 몇 가지 신경 전달 물질을 앞세워 지나치게 단순화하기도 했다." (p.85)
와... 이거 딱 퇴사하고 친척분들과 대화하며 느낀 생각.
"인간의 마음이나 감정은 날씨 같다. 춥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화장하고 맑다가 바람이 불기도 하고 태풍이 몰아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무지개가 걸린다. 감정도 그렇다. 슬픔이나 무기력, 외로움 같은 감정도 날씨와 비슷하다. 감정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내 삶이나 존재의 내면을 알려주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p.86)
그러므로 그 감정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고 기록하며,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해야한다. 감정은 나의 상태를 알려주는 반응일 뿐,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개인적으로 일기를 쓰는 게 진짜 큰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쓰다 보면 실마리가 잡힐 때도 있고, 추상적이고 애매한 감정이 얼추 정리가 되고.
"감정은 판단과 평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내 존재의 상태에 대한 자연스런 신호다. 좋은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내 감정은 항상 옳다." (p.221)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그래서 모든 감정은 옳다. 불안을 느낀다면 '이러면 안 되는데'할 게 아니다.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왜 그런 걸까?' 곰곰이 나와 내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p.220)
→ 내가 불안하거나, 조급하거나 우울한 마음이 드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것이고, 오히려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는 아래와 같이 위험할 수 있다.
#. 항상 긍정적인 것이 과연 좋은가?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사는 건 좋은 일인가. 좋을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얼마든지 있다. 때로 위험하기도 하다. 긍정적 감정은 자기 합리화와 기만이 만들어내는 결과일 때도 있고 자기 성찰의 부재를 뜻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p.219)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사람은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매사에 긍정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되면서 삶이 송두리째 변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언제나 모든 것을 미친듯이 긍정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반성하거나 성찰할 생각조차 안하는. 끊임없이 합리화만 하는.
자기 합리화가 심각한 사람이 내 주위에도 있었지. 자기 성찰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남탓만 하는 사람. 자신의 잘못을 바라볼 용기가 없는 사람. 끊임없이 '자신이 옳다'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애쓰는, 불쌍한 사람이었다.
"성찰이 깊고 스스로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면 불안하고 흔들리게 된다. 상황을 더 깊고 입체적으로 보는 과정에서 만나는 불안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 토대는 더 튼실해진다. 이럴 때의 불안은 건강한 불안, 건강한 혼란이다. 입체적 통합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p.219)
모든 결과물에 긍정적이고,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성장할 수 없는 사람이다. 불안함과 자신에 대한 불만족, 모두 성장을 위해 필요한 필수 요건이다. 흔들리다가도 또 빛나는 날이 찾아오고, 다시 또 흔들리는 날이 찾아오고.
"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행운의 발판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행운이 내일의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하나님의 방식을 우리가 어찌 감히 예측할 수 있을까. 그냥 매번 주어지는 선택지에서 하나님의 마음 알려주시기를 간구하고, 나름대로 말씀에 순종하는 선택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먼 훗날, 그 때의 그 고난의 이유를 알려주실테니 말이다.
"인간의 삶은 죽음이라는 벽, 하루는 24시간뿐이라는 시간의 절대적 한계라는 벽 앞에 있다. 인간의 삶은 벽 그 자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우울한 존재다. 그러므로 우울은 질병이 아닌 삶의 보편적 바탕색이다." (p.86)
모든 인간은 나약하고, 본질적으로 슬플 수 밖에 없는 존재. 그러므로 우리는 신앙생활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 희망차게 삶을 살아간다. 희망차게 일어나도 다시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목사님이 매일 하시는 말씀처럼, '주님과 함께라면 살아볼 만한 세상'이다.
인간은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는 너무도 푸르릅니다.
- 엔도 슈사쿠, <침묵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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