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햄릿 (저자 : 셰익스피어)

 

 

[책소개, 알라딘 제공]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17권.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 예민한 감수성과 지성, 섬세하고 결백한 성격의 소유자 햄릿은 어느 날 존경하던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까지 숙부와 재혼함으로써 큰 충격을 받는다. 분명 숙부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확신을 가지면서도, 그의 복수는 자꾸 늦춰진다. 그러나 비범한 상상력, 고도로 발달된 지성, 지나치게 섬세한 양심과 우울증 증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햄릿은 복수를 결행하지 못하는데….

햄릿은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자신이 홀로 서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오염되고 부패한 사회에서 햄릿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또는 행동을 하기는 해야 하는 것인지, 혹은 ‘행동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내거나 결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햄릿의 모습이야말로, 유약하거나 우유부단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하여 행동하는 합리적인 근대인이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최고라 손꼽히는 '햄릿'. 읽어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햄릿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에게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지. 햄릿은 단순한 비극적 스토리가 아니다. 근대 사회로의 변화 속에서, '어떠한 모습의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햄릿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들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지 않나 싶다.

 햄릿은 이러한 통찰력을 바탕을 사람들을 관찰하고 평가하는데, 자신의 주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제대로 된 인간이라 인정한 사람은 단 한 명 밖에 없다. 바로 '호레이쇼'라는 인물이다.

 

 

 

 햄릿이 자신의 친구 호레이쇼에게 한 말. 햄릿과 같은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호레이쇼와 같은 인물도 되고 싶은 바람이다. '숱한 고난 속에서도 똑같이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는 것, '이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고난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는 많이 길러진 것 같은데 아직 이성과 감성이 조화로운 인물이 되진 못한 것 같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이 쓴 소설책의 한 인물을 통해 이런 말을 했었다.

 "어떤 감정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세월이 필요한 사람은 속이 얕은 사람들뿐입니다.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쾌락이 생겨나게 할 수 있는 것만큼이나 쉽게 슬픔을 끝낼 수 있습니다. 나는 내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그 감정들을 이용하고 즐기고 지배하고 싶다고요."

아직 난 내 감정을 제대로 지배하지 못하는 속 얕은, 그릇이 작은 사람일 뿐이지만 언젠가 이성적 능력이 밑받침이 되어준다면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겠지. 민감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성향의 사람은 그 성격이 축복이 될 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있는 만큼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왕비 : "그것이 왜 네게는 유독 유별나게 보이느냐?"

햄릿 : "보인다고요, 어머니? 아닙니다. 유별난걸요. 저는 '보인다'라는 말은 모릅니다. 이 검은 외투, 격식을 갖춘 엄숙한 상복, 억지로 토해 내는 듯한 한숨, 줄줄 흐르는 눈물, 실의에 빠진 표정, 슬픔의 상징이라 할 모든 형식과 기분과 모양새를 다 합쳐도 저의 진심은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것은 정말 '보이는' 것들이죠. 그건 누구나 꾸며낼 수 있는 행동이니까요. 그러나 제 속에는 겉으로 보여 줄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 앞 뒤 상황이 짤려 대사만 보면 '보인다'라는 말 뜻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데, 핵심은 '~처럼 보인다'와 '진짜로 ~이다'의 차이다. 햄릿이 유별나게 대하는 상황은 햄릿의 아버지, 선왕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다. 햄릿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나 그 사건을 생각함에 있어, '가식적인 모습' 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의 이러한 모습을 통해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겉치레뿐인 사람들, 가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팩폭을 날려준다. 책 여기저기에 이런 느낌의 대사가 많아 읽으며 즐겁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고 절대 오만해지진 말자. 평생을 노력해도 사람은 완벽해질 수 없으니 말이다. 완벽을 향해 꾸준히 노력하고 성장할 뿐이다.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지니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한참 멀다. 완벽해질 순 없지만 완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생각하니 최근에 읽었던 「다시 연습이다」라는 책이 떠오른다.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연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책인데 조금 지루해도 그 열정이 아름답게 느껴졌던 책이다. 나중에 이 책도 독후감으로 남겨두고 싶다.

 


 

 

→ 누구나 여러번 들어봤을 법한 햄릿 최고의 명대사가 등장하는 장면.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별로 감흥 없이 들렸던 대사인데, 뒤에 이어지는 대사들을 보니 왜 이렇게 유명한 대사가 되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인물을 만들어낸 셰익스피어가 새삼스럽게 존경스러워진다.

 

 

 → 사실 햄릿이 비판하고 있는 '오즈릭'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게 이 세상에서 손해보지 않고 똑똑하게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바에 차라리 손해보면서 살아가고 싶다. 진실, 정직함, 순수한 열정, 이런 것들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힘겨워지겠지. 철든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과 오즈릭처럼 살아가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 오즈릭과 비교하기엔 조금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말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해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라 사실 생각해보기 귀찮다)

 오즈릭과 같이 심각한 사람을 몇 번 봤었는데(꽤 오래 지켜봤다), 참 꼴보기 싫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라고 꾸준히 다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샌가 이 다짐을 잊은 채 변해가고 있을 것 같아 무섭다. 그래서 꾸준히가 중요하다. 꾸준히, 자주 들춰봐야지.

 


 → 햄릿이 또 매력적인 책이라 느껴진 이유 중 하나는, 아무리 뛰어난 햄릿일지라도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 고민 등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녔지만 치열한 고민과 고뇌를 피해갈 순 없었던 햄릿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결정하는 햄릿이 나에겐 참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이외 인상깊었던 문장들


햄릿 : "태어날 때부터 결점이 있다고 하면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지. 태어날 때 마음대로 천성을 선택할 수는 없으니까. 또는 어떤 한 가지 기질이 지나쳐 이성의 울타리와 성벽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도를 넘어 예의를 해칠 때는 그것이 자연의 선물이건 운명의 장난이건 그 외의 장점이 제아무리 순수하고 무한할지라도 바로 그 결점 때문에 비난받을 수 밖에 없네."

 햄릿 : "나는 호두 속에 틀어박혀 있어도 무한한 공간의 주인으로서 만족할 수 있는 몸이야. 꿈자리만 사납지 않다면 말이야."

 

 햄릿 : "이제야 혼자구나! 나라는 인간은 어쩌면 이렇게 한심하고 비열할까?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아까 그 배우는 그저 꾸며낸 이야기에 공감하여 안색은 창백해지고, 눈물을 흘리며, 넋이 나간 표정에, 목이 메어, 온몸이 상상의 인물과 일치하지 않는가? 이 모든 것이 실체도 없는 헤카베를 위해서라니! 도대체 그 배우에게 헤카베가 무엇이기에! 헤카베에게 그는 무엇이기에 그토록 울어댈 수 있단 말인가?"

 

 햄릿 : "악마는 그럴 듯하게 변신하는 힘이 있다니까. 그래, 아마 나의 나약함과 우울증에 파고들어 이런 기질을 가진 자에겐 특히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악마이니 나를 속여 지옥에 떨어뜨리려 하는지도 몰라."

 

햄릿 : "정숙함이 미모를 정숙하게 만들기보다 미모가 정숙함을 음란하게 타락시키는 게 더 쉽지."

"격정에 휩쓸려 결심한 마음이란 격정이 끝나면 희미해지는 것이고 슬픔과 기쁨이 격렬하다 해도, 행동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그 감정은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요.  ...... 권세가 있는 자가 쓰러지면 그의 덕을 입던 자들은 도망가고 보잘 것 없는 자도 출세를 하면 적들이 친구가 되는 법. 이처럼 사랑도 운명이 변하는 대로 따라는 거요. 부자에게는 친구가 몰려들지만 가난한 자가 친구를 찾을 때는 오히려 상대를 적으로 모는 법이오."

햄릿 : "내가 이 피리보다 다루기 쉬운 줄 아는가? 자네가 나를 무슨 악기로 보든 간에, 아무리 기를 써도 나를 다룰 순 없을 걸세!" (길든스턴에게)

 

왕 : "이 부패한 속세에서는 죄 있는 자가 손에 들린 황금으로 정의를 밀어내고 사악한 이득으로 법을 매수할 수 있지만 천국에서는 그럴 수가 없어. 거기는 속임수는 통하지 않으니 만사가 있는 그대로 나타나고 우리가 범한 죄가 속속들이 드러나거든."

 

왕 : "말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마음은 아래에 남는구나. 마음에 없는 말이 천국에 가 닿을 리 없지."

 

햄릿 : "잡초에 거름을 퍼부어서 더욱 무성하게 만들지 마세요. 요즘처럼 타락한 세상에선 미덕이 악덕에게 용서를 비는 것도 모자라 잘해줘도 좋다는 허락을 구해야 할 판이죠."

 

햄릿 : "믿지를 말게. 내가 내 생각을 버리고 자네의 말을 따를 것이란 생각을 말이네." (로젠크란츠에게)

 

로젠크란츠 : "제가 스펀지라는 말씀이십니까, 왕자님?"
햄릿 : "물론이네. 왕의 총애, 보상, 권력을 빨아들이는 스펀지 말일세. 그렇지만 이런 신하들이야말로 왕에겐 가장 요긴한 존재이지.  .....  왕이 자네가 주워 모은 것을 써야 할 땐 쭉 짜기만 하면 되지. 그럼 이 스펀지는 이전처럼 메말라 버리는 거야."
 
왕 : "군중이란 판단력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대로 움직이는 존재." 

왕비 : "그 화환을 늘어진 버들가지에 걸려고 나무에 올라가던 중에 심술궂은 나뭇가지가 꺾여 화환과 함께 오필리어는 흐느끼는 강물 속에 떨어졌다네. 옷자락은 수면 위에 활짝 퍼져 그 힘으로 잠시 인어처럼 떠 있었는데 그 동안 그 애는 옛날 찬송가의 구절구절을 노래했다 하네. 마치 자기의 불행을 모르는 사람처럼. 또는 물에서 태어나 물에 익숙한 생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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